서 씨 집안 어르신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내가 누굴 희생해야 되는 거니? 딱 그 애가 서아랑 나이도 비슷하고, 그 애가 서아의 이복자매잖아. 서아 엄마 아빠도 너그럽지 않은 마당에, 내가 자비를 베풀어서 뭐하니?” “내가 너그럽게 굴면, 서아 목숨은 어쩌라고?” “도둑! 할아버지는 도둑이에요!” 서준명은 크게 소리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저편에서,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너무 화가 나서 전화기를 내던질 뻔했다. “내말은 이제 말 같지도 않는 모양이야! 어른이 안중에도 없는 거야 뭐야!”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욕을 했다. 병상에 누워있던 임서아는 철든 척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달랬다. “할아버지, 오빠가 신세희랑 분명 사귀니까 그런 거겠죠?” 물어본 뒤, 그녀는 처량하게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성에 있는 남자들은 신세희를 만나기만 하면 현혹되는 것 같아요. 남성은 물론, 가성섬에 있는 도련님도 똑같았고요.” “신세희가 대체 그 남자들한테 무슨 마법을 쓴 건지 모르겠어요. 그 남자들은 죽어도 신세희 말만 듣잖아요. 제 모든걸 빼앗으려 태어난 사람처럼 벌써 제 약혼자를 두 번이나 뺏어 갔어요.” 임서아는 멈칫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여자의 신장을 이식받을 걸 생각하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요. 제가 오염되는 건 싫거든요.” 딸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허영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얘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같이 착한 애는 안 죽어! 넌 절대 안 죽을 거야!” 서 씨 집안 어르신도 고개를 돌리고 손녀를 달래주었다. “서아야, 내 착한 손녀. 네가 그 애 신장을 이식받아 대신 악행을 씻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렴. 이건 걔를 위한 일이야. 아니면 저 애는 어느 날에 분명 지옥에 빠지고 말 거야. 네가 걔를 구해주는 거라고!” 임서아는 착한 눈으로 외할아버지를 보았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그런데… 저한테 이식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하죠?”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할아버지
그러나 아빠는 이 모든 걸 보면서 한숨만 쉴 뿐 아무런 저지도 없었다. 아빠는 심지어 전처가 낳은 두 아이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래서 새엄마는 임지강의 누나에게 나가서 일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시켰고, 돌아오면 밥 하고 빨래를 시키고, 저녁이 되면 잠도 못 자게 했다. 너무 힘들어서 나뭇간에서 잠 들어 있다가 새 엄마에게 들켜 죽도록 맞기도 했다. 어느 날, 12살짜리 누나를 새엄마가 시집보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나는 결국 이런 사람같지 않은 생활을 견디지 못 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집에는 임지강 혼자만 남았다. 새 엄마가 임지강을 괴롭히지 않은데엔 이유가 있었다. 임지강의 이복 여동생이 혈액이 부족한 병에 걸려서, 거의 달마다 한번씩 수혈을 해줘야 했고, 마침 임지강의 혈액형이 그 여동생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달, 그의 몸에서 피를 뽑아 여동생에게 수혈했다. 시간이 지나 병에 걸린 여동생은 학교도 다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다른 사람들과 놀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러나 임지강은 죽기 직전의 강아지처럼, 나뭇간에 숨어서 일어나지도 못 했고, 뼈가 다 보일정도로 말라 있었다. 임지강은 어렸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집에서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자, 임지강은 집안에 있는 계란과 빵을 훔쳐서 새벽에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도망갈 때 그는 일부러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우물에 투신한 줄 알도록 위장까지 했다. 그래서 온 마을 사람들은 다 그 새엄마가 악랄하다고 욕했다. 그때의 임지강은 이미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훔친 계란과 빵을 배불리 배먹고 나니, 금세 체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렇게 임지강은 혼자 하산한 뒤, 걸어다니면서 밥을 구걸했고, 걷고 또 걸어 남성이란 곳에 도착해서 고아원에 입양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의 생활은 비록 힘들었지만 학교도 다니고, 먹을 것도 있고, 살 곳도 생겼다. 더 이상 그의 피를 뽑아가는 사람도 없
“임지강!”허영의 갑작스러운 소리에 임지강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임지강은 바로 허영과 임서아, 그리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보았다. “아빠가 지금 당신한테 말하고 계시잖아!” 허영은 이미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어르신이라는 호칭에서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임지강은 바로 말했다. “어르신 뭐라고 하셨어요?” “자네 아직 신세희가 예전에 저질렀던 범죄기록 갖고 있나? 어떻게 실수로 사람을 죽였는지나, 그 죽은 사람 정보나, 그 유가족 정보 같은 거 말이야.”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가 감옥살이했던 그 시절을 언급하자, 임지강은 또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는 마치 신경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팠다. 그때 당시에 신세희는 아직 대학교 2학년이었고, 그때의 신세희는 평소에 집을 잘 들어가지도 않고, 집에 생활비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보통은 거의 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던 신세희의 생일날 임지강은 직접 신세희를 집으로 데려온 뒤 생일파티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때의 신세희는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한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가, 갑자기 사랑을 받으니 속으로 매우 당황했을 테다. 신세희는 그 당황한 상태에서, 임서아가 실수로 살인을 했을 때의 옷을 입고, 임 씨 가문 사람들에 의해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현장을 확인하고, 그 상황에서 입었던 옷과 각종 증거의 압박을 당해서 신세희는 상소를 할 기회도 없이 형을 받게 되었다. 원래는 신세희가 오랫동안 감옥에서 살게될 줄 알았다. 그러나 신세희는 안에서 양호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빨리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부소경과 그의 형 부소건이 서로 다툴 때여서, 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 한번 신세희를 이용했었다. 임지강은 과거 일을 회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 씨 집안 어르신이 그때를 언급하면서, 그에게 증거를 찾으라고 하자 그는 더 화가 났다. 임지강은 갑자기 분노하며 소리쳤다. “찾
“너......너 이 망할 년! 내가 너를 몇 년동안 헛 키웠구나! 네가 이런 망할 년인 줄 알았으면,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목 졸라 죽여야 했어! 넌 왜 이렇게 애가 마음이 못됐니?” “넌 얼마나 애가 못 됐으면, 목숨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겨우 신장 하나 달라는 건데, 동생 목숨 하나 살려주지 않으려는 거야? 넌 왜 죽지도 않는거야? 너 같은건 당장 죽어야지!” 임지강은 무섭게 핸드폰 스피커에 대고 욕을 퍼부었다. 너무 분노한 그는 핸드폰도 세게 잡았다. 힘을 너무 줘서 손가락이 잘린 상처 부위가 아파왔다. 자신의 잘려나간 손가락을 보고 임지강은 자신의 손가락을 이 모양으로 만든 사람이 신세희라는 게 생각났다. 이걸 생각하니, 5분 전까지만 해도 신세희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임지강은 갑자기 신세희가 다시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포기하고, 아예 정도 없는 딸이 너무 역겨워졌다. 저편에서 신세희는 이를 세게 물어서 부러질 뻔했다. “임지강 씨, 걱정 마세요! 이번 생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신장을 떼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임서아에게 주지 않을 거니까요! 그니까 그쪽 가족들도 이식 받을 생각 접으시라고요!” “기자들 찾아서 대중들로 절 협박하려고요? 해보시죠. 난 무서울 게 없으니까. 이렇게 된거 그냥 다 같이 죽죠!” 그가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신세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 한편, 방 안엔 신세희 혼자 있었다. 어제 저녁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달래서 재웠다. 부소경은 서재에 앉아서 급하게 기자 일을 처리했고, 그는 모든 소식이 밖에 유출되지 않게 만들었다. 이 일은 처리하기에 매우 많았고, 부소경의 핸드폰은 쉴 틈이 없었다. 전화를 끊으면 또 오고 또 오고를 반복했다. 이때, 신세희는 혼자 안방에 앉아서 이 씨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따뜻한 차를 마셨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보살펴 주는 모습을 보며, 심지어 엄선희와 민정아는 출근을 하지도 않고, 자신에
신세희는 이미 10년이 넘도록 엄마를 못 봤고, 가끔은 엄마의 얼굴이나 목소리가 아무리 떠올려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었다. 가끔은, 또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가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일 때도 있다. 신세희는 그 순간을 매우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조심만 방심하면 지나가 버리고, 여전히 눈 앞엔 모호한 기억들만 남는다. 신세희는 한숨을 쉰 후 침대에서 내려왔다. 신세희의 몸은 여전히 허약했지만, 정신은 무너졌던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다. 다시 침착해진 신세희는 제일 먼저 딸 신유리가 생각났다. 딸이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떠올리자 신세희는 이를 꽉 깨물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꼭 강해져야 했다. 안방에서 나온 뒤, 그녀는 간단하게 옷을 차려입고 아이 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전날 잠을 별로 못 자서 그런지, 어제 일찍 잠들었고, 지금까지 깊게 잠에 들어 있었다. 신세희가 신유리를 깨웠고 신유리는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작은 손을 들어 신세희의 이마를 짚은 뒤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괜찮아졌네, 이젠 열이 안 나.” 신세희는 웃었다. “작은 용사야, 엄마는 네가 챙겨줘서 참 고마워.” 신유리는 기뻐하며 물었다. “엄마, 이제 안 슬픈 거야?” 신세희는 딸에게 주먹을 쥐어 보여준 뒤 강하게 말했다. “우리 딸이 엄마를 지켜주잖아, 우리 모녀가 악당들을 같이 물리치자!” “응! 난 엄마의 용사야!” “일어나 우리 딸.” 신세희는 신유리에게 어울리는 용사 같은 옷을 고른 뒤 아이에게 입혀줬다. 모녀는 나오자마자 주방에서 아침 밥을 준비하고 있는 이 씨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이 씨 아주머니는 신세희가 일어난 걸 보고 놀라서 말했다. “사모님, 어… 어떻게 일어나셨어요? 몸이 아직 안 좋으실 텐데, 침대에 누워서 쉬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가서 누워 계세요, 제가 밥 가져다 드릴게요.” 신세희는 웃었다. “괜찮아요, 아주머니. 전 지금 다 나았어요, 제가 챙겨야 하는
이 말에 이 씨 아주머니는 갑자기 웃었다. “사모님, 이렇게 용기를 내신 모습을 보니 저도 갑자기 안정감이 생기네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부소경은 서재에서 걸어나왔다. 부소경이 눈살을 찌푸리고 두 눈이 충혈된 걸 보고 신세희는 속상해서 물었다. “소경 씨, 당신… 저녁 내내 못 잔 거예요?” 부소경은 신세희를 위 아래로 훑어본 뒤 온화하게 웃었다. “혈색이 어제 보다 좋아졌네. 당신 이런 모습 보니까 난 정말 기분이 좋아.”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어제 저녁 내내 못 잤죠?” 부소경은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어제 그 영상이 유출된 곳부터 다 깔끔하게 처리했어. 어제 왔던 기자들 중에서 제일 큰 매체에 속해 있던 사이트는 어제 저녁에 몽땅 망하게 했으니까, 오늘은 어떤 기자들도 오지 않을 거야.” 멈칫하다가 부소경은 또 말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도 다시는 관련된 소식을 보지 못 할 거고.”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 안겼다. “소경 씨… 밤새 바빴죠? 그럴 필요 없었잖아요. 그냥 보도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해요, 난 잘못한 게 없으니, 무서울 것도 없어요!” 부소경은 한숨을 쉬었다. “어르신이 그날 일부러 기자들을 불러들인거였어. 그래서 그날 아침에 선희 씨, 정아 씨, 그리고 고윤희 씨 이렇게 세 사람이 병원가서 난리쳤고 어르신이 그걸 녹음했어.” 그녀는 이틀동안 아팠어서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 남자는 말했다. “당신 절친 세명이서 당신 대신 화풀이 하러 병원에 가서 임서아한테 애도 화환까지 선물했어. 그거 때문에 임서아가 위험해졌었고.” “뭐라고요?” 왜 이렇게 속이 시원하지! 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여자가 힘을 모으니 아주 무섭더라고. 병원까지 가서 임서아를 화나게 만들다니. 어르신이 그걸 또 녹음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아직 안 좋은 거 같아. 서 씨 어르신이 밖에 있는 사람들한데 그 세 명이 당신 공범이라고 말한거 같아.” 신세희
그 글자들을 고윤희도 보았다. 카드 위에 적혀있는 글씨체가 예뻤지만, 여우 같은 공격적인 필체였다. 이 글씨체를 본 고윤희는 그저께 아침 국제우편을 전달하던 그 여자 택배기사가 생각났다. 고윤희는 이 글씨체가 주는 느낌이 그 여자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경민아, 나 돌아왔어. 누구일까? 직감은 고윤희에게 남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공적인 일도 아닐 테다. 사적인 일인가? 고윤희는 마음이 덜컥 가라앉았다. 구경민은 보고 빠르게 카드를 접었고, 무표정으로 고윤희를 보았다. “경민아......” 고윤희가 부드럽게 불렀다. 구경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엔 귀찮음이 보였다. 고윤희는 불안해서 물었다. “경민아, 내가 뭐 잘못했어?” 구경민은 차갑게 말했다. “네 생각엔?” 구경민의 말투는 차가웠다. “너는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소경이한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고윤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 몰라.” 그녀의 생활은 늘 평범했다. 바깥 세상에 관해서 거의 묻지 않았고, 특히 복잡한 인간관계에 대해선 고윤희는 피할 수 있으면 피했다. 그녀는 그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부소경에게 은인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크나큰 은혜를 빚졌어! 그래서, 소경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 씨 어르신한테 늘 한발 물러서는 거고. 그게 임 씨가문 사람들이 날뛰는 이유기도 하지. 나랑 소경이는 이틀동안 F그룹에서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구경민은 고윤희를 향해 소리쳤다. “네가 정아 씨랑 선희 씨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대놓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도발했어. 너희가 그렇게 할수록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잡을 수 있는 약점이 더 많아진다는걸 알기나 해?” 고윤희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제 어떡해?” 그녀는 갑자기 너무 긴장되어서 우편 일은 잊고 말았고, 마음이 온통 신세희에게로 향해서, 구경민의 표정변화를 눈치채지 못 했다. 구경민은 정장 주머니 안에서 카
그래서 이 순간, 그녀는 어떠한 이유로도 그를 탓할 수 없었다. 고윤희는 갑자기 자신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 신세희 가족이 가성섬에서 돌아왔을 때, 신유리는 그녀에게 무서운 인형 하나를 주었다. 사실 그건 그녀에게 아이를 갖으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속으로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 그녀는 원래 용기를 내어 구경민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경민아, 우리가 함께한지 벌써 이렇게 오래됐는데, 너도 나이 먹었고, 나도 나이 먹었으니, 아이 하나 갖을까?” 그녀는 정말 용기 내서 구경민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이틀동안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에게 신장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녀는 이 얘기를 보류하게 되었다.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정말 조금의 체면도 남기지 못 할 뻔했다. “괜찮아 경민아. 네가… 나한테 신세진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고윤희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었다. 그녀는 카드를 다시 구경민에게 건넸다. “그동안, 매달 나한테 용돈주고, 그 용돈도 충분히 많았어. 그정도면 거의 대기업 사원급 월급이었어.” 그는 매월 그녀에게 돈을 준 건, 그건 그녀에게 옷도 사고 용돈으로 쓰라고 준 거여서, 그는 그녀가 이 돈을 다 모으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가 돈을 모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 그동안 용돈으로 돈 많이 모았어. 그래서 경민아, 나한테 따로 돈 더 주지 않아도 돼.” 구경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얌전했다. 그를 오랫동안 따라다니면서, 한번도 걱정을 시킨 적이 없었다. 그녀를 동물이나 화초 같은 걸로 비유하자면, 그녀는 잘 키울 수 있고 말 잘 듣는 그런 류였다. 비바람이 불어와도,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아무리 그가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지어도, 그는 매일 집에 돌아오면 그녀가 항상 얌전히 그곳에 있는 걸 보았다. 그녀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피곤하거나 짜증이 날 때도 그녀는 도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